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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든것

잘빠진 기획영화 7급 공무원 줄거리 및 감독

by ㉢㎬”『㎯ 2023. 3. 8.

남녀가 서로 등을 기대고 권총을 들고 있는 모습
7급 공무원

 

너무도 허접한 예고편

 

차라리 이 영화에 기대를 가지는 것이 훨씬 힘든 일일 겁니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셨나요? 더 이상 허접할 수가 없을 정도로 허접합니다. 가장 떨어지는 가상 음원으로 뚝딱 만든 것 같은 음악에, 5년 전쯤 만들어놓은 것을 재활용한 것이 아닐까 싶은 CG가 있었죠. 게다가 묘하게 싼 티 나는 장면들이 이어 붙여져 있었습니다. 7급 공무원의 예고편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줄거리

 

줄거리는 스파이 비슷한 일을 하는 국정원 직원들(실제로 그런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만.)의 이야기예요. 신분을 숨겨야 한다는 룰 덕분에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연인이 된 커플이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범죄자를 쫓고 있는데, 그 두 범죄자(들)는 거래 중인 거죠. 이 커플을 범죄현장에서 계속 마주치게 되고, 서로를 의심합니다.

 

'코믹 액션'이라는 장르에 아주 어울리는 설정이에요. 직업이 그러니 액션은 필수요, 서로의 정체를 모르니 상황극의 재료는 넘쳐납니다. 브레인 웨이브, 검은 집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신태라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그는 한국 코미디가 왜 욕을 먹고 있는지, 과속 스캔들이 어떻게 메가 히트를 이룰 수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합니다. 7급 공무원의 개그는 싼 티 나는 것도 있고, 뻔한 것도 있고, 민망한 것도 있어요. 그러나 그것들이 사용되는 방법은 진부하지 않습니다. 편집의 리듬을 통해 창출되는 개그들의 타이밍도 좋고, 배우들의 몸개그도 굳이 무리해 손발이 오그러 들게 하지 않습니다. 

 

배우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잘 아는 감독

 

신태라 감독은 배우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국정원 직원에 왠 김하늘?' 했던 생각도 맹함과 당참이 혼재된 이미지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날아가버리고, 왠지 항상 없어 보였던 강지환은 정말 없어 보이는 역할을 맡아 제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죠. 류승룡, 유승목, 장영남, 강신일의 조연 연기도 아주 좋습니다. 주연 배우들의 약간 부족한 내공을 탄탄한 조연들이 잘 받쳐주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로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웃다 보면 싸우고 있고, 싸우다 보면 사랑이 싹터요.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이벤트들의 성격을 다 섞어버린다는 겁니다. 싸우면서 웃기고, 웃기면서 긴장되고, 싸우면서 웃기면서 죽을뻔하면서 애정도 느끼고. 뭐 이런 식입니다.

 

잘빠진 기획영화 

 

저는 7급 공무원이 과속 스캔들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잘빠진 기획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과속 스캔들을 생각나게 하더라고요. 한 번 크게 웃기보다는 시종일관 낄낄되게 된다는 점이나, 개그의 타이밍이 좋고, 대중적인 코드(이 영화에선 사랑이겠죠) 역시 적절히 챙기고 있다는 점 등이 그래요. 입소문만 잘 나준 다면 좋은 성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성격상 좋은 영화, 나쁜 영화보다는 '잘 팔릴 영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네요.) 홍보 부분은 열악한 듯 보이지만(홍보 쪽에 얼마나 적은 예산이 배분되어 있는지는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입소문으로 영화 띄우기'의 저력을 깨달은 관객들이니, 대박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이네요. 날도 더워지고 있는데, 2시간 시원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흥행이 잘 되어서 이런 이야기도 먹힌다는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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