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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든것

동심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인상적인 영화 벼랑 위의 포뇨

by ㉢㎬”『㎯ 2023. 3. 7.

거센 파도 위를 웃으며 달리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
벼랑 위의 포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새 작품 벼랑 위의 포뇨

 

은퇴를 하겠다는 발표를 하고서도 여전히 작품을 만들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들고 온 새 작품. 벼랑 위의 포뇨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스토리가 딱히 탄탄하지도 않고 중간 과정이 부분 생략된 채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왠지 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랑의 은하수가 그런 경우였어요. 이 벼랑 위의 포뇨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줄거리

 

우선 이 작품의 줄거리는 인어가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 인간이 되고자 한다는 인어공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가 주인공을 인면어와 어린 소년으로 바꾼 것을 포함해 여러 가지 설정들을 바꾸어 놓았기는 했지만요. 하지만 의도적인지 아니면 비의도적인지, 이야기 흐름에 필요한 설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이야기 인과관계도 듬성듬성 헐거운 느낌입니다.

 

포뇨의 아빠라는 후지모토는 인간이 싫어 바다로 내려온 인간이라고 하지만, 포뇨의 엄마인 그란 만 마리는 인간이라기보다는 바다의 여신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서로 다른 종족인 듯한 그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포뇨는 대체 어떻게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것인지 이 영화에선 마치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는 듯 도대체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차라리 포뇨 아빠와 엄마가 포뇨와 같이 사람얼굴의 물고기였다면 이런 의문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설정 외에도 후지모토가 모으려고 생명의 우물은 무엇인지, 뜬금없이 나오는 후지모토가 말하는 세계의 멸망이나 그 해결책으로 그란 만 마리가 내놓은 게 어떻게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것인지 등등 이 영화의 이야기도 불분명하게 넘어갑니다.

 

이 영화에선 두 가지 세계가 등장

 

첫 번째 세계는  소스케와 소스케 엄마가 살고 있는 육지 세계로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을뿐더러, 이 때는 이야기 전개가 무난하게 진행이 됩니다.

두 번째 세계는  포뇨와 포뇨 아빠, 엄마가 살고 있는 바다의 세계인데, 이들이 등장할 때 이야기가 듬성듬성 빠지고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게 많아요. 이 부분이 비현실적이며 환타지적인 요소가 많은 부분이라 이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는 게 스토리측면에선 좋지가 않습니다. 또한 전작과는 달리 스토리의 주제를 집중시키거나 강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지만 이를 부각하기보다는 은근하게 내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설교조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되지 않았지만, 갈등이나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요소도 약합니다.

 

초반 포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포뇨의 아빠와의 신경전이 그런 요소의 역할을 하는 듯하지만, 이게 이 영화의 핵심도 아닐뿐더러 포뇨의 아빠가 그런 악당도 아니니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되돌려야 하는 이야기에서 갈등과 그 해소가 집중력을 불러일으켰지만 이 영화에서는 딱히 그런 요소가 부족합니다. 이로 인해 액션을 좋아하거나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선호하는 성인 관객에게는 재미가 떨어지는 아동용 영화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심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인상적인 영화

 

먼저, 동심에 빠지게 하는 캐릭터가 좋았어요. <인어공주>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할 나이의 성인 남녀가 주인공이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사랑을 이야기하기엔 어린 소녀, 소년으로 주인공 연령층을 확 내려버렸죠. 이는 이 영화를 역시나 어린이를 포함한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볼 수 있게도 했지만, 제가 동심의 향수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포뇨라는 독특하면서 귀여운 캐릭터나 귀여운 소년 소스케가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또한 전작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처럼 따뜻함 그림체가 느껴집니다. 또한, 동심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인상적인 화면이 좋았습니다.

 

이는 지금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작업이 아닌 이전 애니메이션의 기본에 맞춘 수작업 때문에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었던 걸까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손수 그린 그림이 셀화 17만 장에 달할 정도로 이 영화는 손때가 많이 묻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에 등장하는 노인을 떠오르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배경은 파스텔톤 느낌이 나도록 하는 대신 캐릭터는 예전 작품처럼 깔끔한 색채를 집어넣어 더욱 따뜻한 느낌이 납니다. 물론 잔잔한 장면만 있는 게 아니라 포뇨가 파도를 타고 오는 장면처럼 역동적인 장면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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