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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든것

영화 굿바이 출발과 작별의 내부 순환선

by ㉢㎬”『㎯ 2023. 3. 8.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
굿바이

 

 

시작은 약간의 당혹스러움이다. 갑작스러운 오케스트라의 해산으로 갈 길이 없어지게 된 첼리스트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신문광고를 통해 연령무관하며 고수입 보장 하는 여행사 (로 추정되는 직장)를 알게 되고 면접을 보러 간다. 그런데 면접을 보러 찾아간 사무실에는 웬걸. 한 구석에는 관작이 줄줄이 늘어서 있고, 직원은 사장과 여자사원 둘 뿐이고, 면접의 질문은 단 하나다. 그리고 나중에야 밝혀지는 그 여행사, NK 에이전트의 정체는 바로 (죽은 사람들을 평안한 여행으로 인도하는) 납관전문사 업체였다는 사실. 신문에 단어가 잘못 적히고 만 바람에 본의 아닌 낚시를 당한 이 전직 첼리스트의 이름은 다이고 (모토키 마사히로 분) 다. 얼핏 봤을 때 이건 명백한 대형 사고다. 하지만 이 대형 사고가 한 사람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 놓는다면 굿바이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국내에는 안녕과 이별을 모두 표현하는 단어 굿바이로 제목이 바뀌어 소개된 이 영화의 원제는 보냄, 배웅, 장송, 장례식 등을 의미하는 단어와 사람이라는 의미의 을 결합했다. 즉, 배웅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영화의 주요 소재인 염습(염)과 납관의 속뜻이기도 하다. 영화는 다소 무거울 법도 한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원제가 담고 있는 의미를 담아 소위 저 세상으로 가는 사람을 배웅하는 모습으로 재해석했다.

 

가령 납관사와 살아남은 자들이 저 세상으로 여행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사람들의 입장이고, 죽음의 당사자 자리에 놓인 자들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출발 (이 영화의 영미권 번역제는 출발을 의미하는 Departures 다.) 하는 입장이다. 이런 설정 덕분에 영화는 시종일관 죽음이라는 메시지가 으레 품기 쉬운 우울한 현기증에서 먼발치 떨어져 있다. 마치 출발과 작별이 모순된 모습이 아니라 한 데에 뭉쳐 순환하는 모습이라고 할까. 결국 인간의 삶은 시작점과 도착점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순환한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또 다른 탄생이 있다.

 

굿바이는 이런 순환하는 두 단어의 모습을 담는 동시에 감화되는 다이고와 그의 아내 미카 (히로스에 료코 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곁에 머물던 사람을 보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면 전환으로 연이어 보여 주는 장면들은 이 영화의 백미. 그 사각 세계 안에는 울먹이는 사람들도, 떠나는 사람의 얼굴 위에 입술 자국을 남기는 사람들도, 담담히 배웅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화장되는 모습을 보며 울먹이는 사람도 있다. 그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배웅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 같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결정적 순간이다. 여기에 다이고의 첼로 연주가 덤으로 버무려지니 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런 분위기는 시종일관 영화 내부를 지배하고, 스타일이 과격하게 나가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누구나 마주하게 될 죽음의 순간이라면 보다 담담하게 그려 나갈 것. 이것은 굿바이가 온전히 존립하는 근거가 된다.

 

이야기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다음 납관의 대상은 누가 될까? 그것은 전혀 모르던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자기 주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내심 증오를 품고 있던 사람일 수도 있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 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결국 우리들 모두 죽음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 되어 버린다. 굿바이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것, 모든 사람들의 문제가 되는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담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상황을 맞이해야 할까? 바로 이 영화를 본 후에 고민해 봄 직한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답이 단순히 후회 없이 살자 따위의 다짐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후회 없이 살았든 후회를 잔뜩 가지며 살았든 관계없다. 굿바이는 그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으로 갖추어 안녕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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