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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든것

킬러들의 이야기 영화 킬러들의 도시 리뷰

by ㉢㎬”『㎯ 2023. 3. 8.

세 명의 남자가 권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
킬러들의 도시

 

킬러들의 도시 영화 리뷰

 

어떤 하얀 천 조각이 한 장 있다. 여기에 스프레이로 뿌리듯 핏자국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는 풍경을 생각해 보자. 이럴 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상상만 해 봐도 약간 오싹함이 밀려오는데, 여기에 한 가지 가정을 덧붙이자. 이 강렬한 모양새가 무작정 거부감을 주지 않는 모습이라면? 그건 담력이 정말 강한 사람이나 가능한 거 아니겠냐 싶은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어디까지나 여기서는 그렇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초장부터 이런 섬뜩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약 1년 동안의 기다림을 거쳐 드디어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마틴 맥도나의 장편 데뷔작 킬러들의 도시가 바로 이런 모습을 연상시키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얼핏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세상에, 천 조각이 서서히 붉게 물드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영화 속 모습은 충분히 이런 불순한 생각을 품고도 남을 모습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킬러들의 도시 속 주축을 이루는 인물들은 (표면적 배경상) ‘다른 사람을 죽이는 운명체를 타고난’ 킬러들이다. 본디 영국에 살던 이들, 즉 레이(콜린 파렐 분)와 켄(브렌단 글리슨 분)이 도시로 마치 도망치듯 건너온 데는 이유가 있다. 대주교를 암살한 이후 몸을 숨기기 위해 보스 해리 (랄프 파인즈 분)의 기억에 남아 있기도 한) 도시로 무작정 도망을 온 것. 여기에 도시의 빼어난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면 해리가 지령을 내릴 것이라는 흔적이 추가로 남는, 이런 설정을 기본으로 킬러들의 도시 이야기는 굴러간다. 묵묵히, 그 자체적 요소와 레이 - 클로이(클레멘스 포시)를 중심으로 흐르는 러브 라인이나 인연의 흔적 외의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는다.

 

킬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마치 국내 번역제인 킬러들의 도시가 연상하는 것과 같은) 킬러들의 쌈박 액션을 기대한다면 낭패다. 왜냐고 이건 분명 킬러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영화이지만 무차별적 스타일만 가지고 무작정 달리는 범죄영화가 되는 길을 애초부터 거부하고 있다. 그 대신 신사들의 이미지를 병치했다. 무작정 총을 들이대기보다 말로 싸우는 것을 우선시하고, 타깃이 되는 사람을 죽이되 타깃 바깥쪽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룰을 철썩 같이 지키고 있는 인물들이다.

 

물론 문제는 이 룰이 내부에서부터 깨지면서 발생하는 것이긴 하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킬러들의 도시는 최소한 적정선을 쉽사리 깨려 들지 않는 차분한 스타일의 범죄영화가 되었다. 특히 켄과 해리의 고층 탑 일대일 대치 장면은 이 작품이 가진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 준다. 무작정 총이 난무하지 않는, 양보와 경계의 현장. 이렇게 요약되는 영화의 스타일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장점으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이것은 보는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다. 확실한 것은 열심히 부수고 때리는 액션물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이런 스타일이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초반의 밋밋함이 약간 오래가다 보니 본격적인 총질 장면으로 넘어가는 후반 이후와의 매치가 잘 안 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아쉬움을 극복하고 그 스타일로만 보면 꽤 멋들어진 모습을 갖췄다. 마치 극 중 켄이 해리와 가질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며 옷매무새를 다듬듯이, 킬러들의 도시는 신사의 기품을 범죄영화에 붙여넣기한 작품인 것이다. 그 멋진 킬러들이 스크린을 뒤덮으며 뛰어다니고 말을 내뱉고 매그넘 (총)을 겨누는데, 어찌 멋들어지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제목에서 언급한 ‘붉게 물들다 멈춘’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끝내도록 하자. 국내에 상륙한 스크린 판 킬러들의 도시는 완전판이 아니다. 본디 107분으로 구성된 영화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5분 정도 편집이 되었고, 그 와중에 중요한 장면 (특히 난쟁이 배우를 공수도로 혼쭐 내주는 장면) 이 소위 ‘통편집’된 마당에 내용이 온전하지 못한 것이 이 영화가 바다를 건너오면서 부득이 가지게 된 멍에다. 내심 그래도 본 것에 맞춰 별점을 매기고 싶었으나 지난 블레임 : 인류멸망 2011 사태에 대한 후유증으로 인해 이 작품에까지 왜곡된 별점을 매기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으니, 이번만 양해해 주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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